디지털 전환

무료 이메일 오르지오에 얽힌 추억

hundori 2021. 3. 17. 22:08

여러분들은 어떤 웹메일 계정을 사용하시나요? 아마도 대부분 네이버 메일이나 다음 메일, 또는 지메일을 많이 사용하실 겁니다. 호랑이가 담배피며 인터넷 서핑하던 시절에는 야후 메일도 많이 사용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야후 메일 계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오르지오 메일이 꽤 인기를 얻었습니다. 왠 호랑이 담배피는 얘기를 하냐고 급식체를 쓰는 90년생 독자분들은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오르지오 메일은 당시 메일 수신자가 메일을 확인했는지 알 수 있었고 무료로 POP3 기능을 제공해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기를 한 몸에 받던 오르지오 메일은 왜 네이버나 다음같은 포털로 진화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는지, 같은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한 다음 한메일은 어떻게 거대 포털로 성공하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 차이는 기술력, 브랜드, 자본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은 한메일의 성공으로 얻은 많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다음뉴스, 다음카페 등으로 진화된 웹서비스를 선보였고 이렇게 확보한 많은 사용자들에게 자사의 광고를 제공하고 싶은 기업들을 서로 연결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전형적인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한 반면 오르지오 메일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도 한메일, MSN 핫메일, 야후 메일 등 경쟁업체들이 동일한 무료 웹메일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고객, 시장, 기술의 변화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입니다.

 

당시 오르지오는 유료화 과정을 거치며 용량 확대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이미 무료로 기가급 용량을 제공하는 대형 포털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됩니다.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지만 당시 오르지오가 무료 메일 서비스에만 매달리지 않고 기존 충성고객을 대상으로 드롭박스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나 이메일 기반의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를 론칭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물론 신규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것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고객가치, 수익모델, 고객관계 등 주요 비즈니스 모델 요소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존 서비스를 계속 끌고간 것은 아쉬움을 낳는 결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